2025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단순한 암호화폐 규제의 틀을 넘어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화폐로 편입시키는 핵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금융·정책·투자 측면 모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주체가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점입니다. 디지털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70대 정치인이 왜 이렇게 스테이블코인에 열정적일까요?
스테이블코인, 단순한 코인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입니다. 주로 미국 달러나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발행되며,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됩니다. 대표적으로 USDT(테더), USDC(서클), PYUSD(페이팔)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JP모건, 시티은행 등 대형 은행들도 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닌 ‘글로벌 결제 수단’, 나아가 디지털 달러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니어스법과 함께 통과를 앞둔 주요 법안들
- GENIUS Act (지니어스법)
-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준, 담보 자산, 회계 기준 등을 구체화
- 상품(Commodity)으로 규정 → 증권법 적용 회피
- 감독 기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 CBDC 금지법
-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
- 개인 프라이버시와 민간 영역 보호 명분
- 클레리티법(Clarity for Payment Stablecoins Act)
- 스테이블코인을 ‘지급 수단’으로 명확히 정의
- 발행자 등록 요건 및 규제 체계 구축
이 세 법안은 트럼프의 정책 의지를 강하게 반영한 것이며,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화를 사실상 시작시킨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왜 스테이블코인에 진심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찍이 암호화폐에 회의적이었지만, 최근 입장을 180도 바꾸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재정 상황과 정치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 재정 적자와 채무 폭증
현재 미국은 약 5경 원(약 33조 달러)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자 비용만 연간 세입의 18.5%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감세 공약을 내세우고 있고, 국방·복지 예산은 오히려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는 뜻이며, 금리를 낮추고 국채 수요를 높여야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2. 스테이블코인은 ‘국채 매입 장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시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발행이 늘어날수록 국채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이 구조를 활용하면 금리를 낮추고, 국채 시장의 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으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까지 지킬 수 있습니다.
즉, 트럼프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닌,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통화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도구인 셈입니다.
대형 은행도 뛰어든 이유
JP모건,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금융 인프라의 한계: 스위프트(SWIFT) 기반의 국제 송금은 수수료도 높고 속도도 느림
- 탈중앙 결제 시스템 부상: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중개기관 없이 즉시 결제가 가능
- 은행의 위기감: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놓치면 결제·송금·대출 등 기존 금융 기능이 잠식될 우려
결국, 전통 금융권도 생존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 전망과 투자 인사이트
-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 확대
- 글로벌 무역, 송금, 전자상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자산 시장 재편 가능성
-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비중 증가
- 주식·채권·코인 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자산 배분 전략 변화 예상
- 비트코인 간접 수혜 가능성
-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을 구매할 때도 많이 사용됩니다.
- 제도화가 진행될수록 전체 코인 시장 활성화 → 비트코인 가격 상승 가능성
마무리: 제도화의 시작, 그리고 판도 변화
지니어스법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은 단순한 암호화폐 이슈가 아닙니다.
이는 미국의 통화 패권 전략, 국채 시장 안정화, 그리고 새로운 금융 인프라 구축이라는 매우 거시적인 전략의 일환입니다.
트럼프의 스테이블코인 드라이브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모두 설득력이 있는 행보이며, 앞으로 글로벌 자산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